랜선 꽂으면 왜 연결이 될까 — 이더넷, NIC, 케이블 이야기
랜선을 꽂는 순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더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NIC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케이블 종류가 왜 그렇게 많은지 — 연결의 물리적 기반을 처음부터 풀어낸다.
Seobway · · 12분
랜선을 꽂으면 인터넷이 된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저 짧은 문장 안에는 꽤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 케이블 안에서 신호가 어떻게 오가는지, 컴퓨터는 그 신호를 어떻게 알아보는지, 그리고 그 규칙은 누가 만들었는지.
이 글은 그 물리적인 기반, 즉 이더넷과 NIC와 케이블에 대한 이야기다.
이더넷이 처음 나왔을 때
1973년, 제록스(Xerox)의 연구소 PARC에서 Bob Metcalfe라는 엔지니어가 재밌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연구소 안에 여러 컴퓨터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까. 그가 만들어낸 것이 이더넷(Ethernet)이다.[1]
이름이 묘하다. 'Ether'는 예전에 빛이 파동으로 전달되는 매질이라 여겼던 가상의 물질 이름이다. 신호가 보이지 않는 매질을 타고 퍼진다는 뉘앙스였는데, 오늘날 이더넷은 그 이름 그대로 전선 하나에 여러 기기가 동시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1980년대에 디지털이퀴프먼트(DEC), 인텔, 제록스가 공동으로 이더넷 표준을 정리했고, 이후 IEEE가 802.3 번호로 공식 표준화했다. 거기서 지금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속도가 어떻게 올라왔는가
처음 이더넷은 10 Mbps였다. 당시 파일 하나가 수십 KB였으니 충분했다.
| 표준 | 이름 | 속도 | 등장 시기 |
|---|---|---|---|
| IEEE 802.3 | 이더넷 | 10 Mbps | 1983 |
| IEEE 802.3u | 패스트 이더넷 | 100 Mbps | 1995 |
| IEEE 802.3ab | 기가비트 이더넷 | 1 Gbps | 1999 |
| IEEE 802.3an | 10기가 이더넷 | 10 Gbps | 2006 |
지금 사무실 대부분은 기가비트 환경이고, 데이터센터는 10G, 40G, 100G도 흔하다. 이름은 계속 '이더넷'이지만, 속도는 1000배가 올라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000BASE-T(기가비트)부터 케이블의 4쌍을 전부 동시에 쓴다는 것이다. 100Mbps까지는 4쌍 중 2쌍만 썼는데, 기가비트부터는 에코 캔슬링 기술을 써서 모든 쌍으로 동시에 양방향 전송을 한다. 케이블을 보면 똑같이 생겼어도 내부에서 꽤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NIC — 컴퓨터와 네트워크 사이의 번역기
NIC(Network Interface Card)는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하드웨어다. 랜포트가 있는 그 부분이다. 요즘은 메인보드에 통합돼 있어서 별도 카드 형태를 보기 힘들지만, 역할은 그대로다.
NIC가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컴퓨터 안의 디지털 데이터를 전선 위의 전기 신호로 바꾸고, 반대로 신호를 받아 데이터로 복원한다.
그런데 네트워크에 여러 기기가 연결돼 있으면 신호를 누구한테 보내는지 구분해야 한다. 이때 쓰는 것이 MAC 주소다.
MAC 주소가 뭔가
MAC(Media Access Control) 주소는 네트워크 장치마다 고유하게 부여된 48비트 식별자다. 주로 이렇게 표시된다:
00:1A:2B:3C:4D:5E
앞 24비트는 OUI(Organizationally Unique Identifier)로, 제조사를 나타낸다. 뒤 24비트는 제조사가 개별 장치에 붙이는 고유 번호다. 00:1A:2B가 인텔이라면 인텔이 만든 NIC라는 의미다.[2]
48비트면 약 281조 개의 주소를 만들 수 있다. 지구상 모든 사람이 수백만 개씩 갖고도 남는다.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것: MAC 주소는 소프트웨어로 바꿀 수 있다. 하드웨어에 새겨진 값을 "burnt-in address"라고 하고, 운영체제가 덮어쓴 값을 "locally administered address"라고 한다.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이유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전이중(Full-Duplex)과 반이중(Half-Duplex)
NIC에는 두 가지 동작 모드가 있다.
반이중(Half-Duplex)은 한 번에 송신 또는 수신 하나만 할 수 있다. 무전기와 비슷하다. 말하고 있을 때는 들을 수 없다. 허브 환경에서는 여러 기기가 하나의 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반이중으로 동작한다.
전이중(Full-Duplex)은 동시에 송수신이 가능하다. 스위치와 연결될 때 사용한다. 현대 네트워크는 거의 전이중이다.
오토니고시에이션(Auto-Negotiation)은 두 장치가 연결될 때 서로 "나는 기가비트도 되고 전이중도 가능해"라고 광고하면서 가장 좋은 조합을 자동으로 협상하는 기능이다. 요즘은 기본 동작이라 의식할 일이 없지만, 한쪽이 수동 설정이고 한쪽이 오토니고시에이션이면 듀플렉스 불일치(Duplex Mismatch)가 생겨서 성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이걸 모르고 몇 시간 삽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케이블 — Cat 뒤에 붙은 숫자의 의미
UTP 케이블(흔히 '랜선')에는 Cat5e, Cat6, Cat6a 같은 이름이 붙는다. 'Cat'은 Category의 줄임말이고, 뒤의 숫자는 성능 등급이다.
| 케이블 | 최대 속도 | 최대 거리 | 주파수 | 특징 |
|---|---|---|---|---|
| Cat5e | 1 Gbps | 100m | 100 MHz | 현재도 사무용으로 충분 |
| Cat6 | 1 Gbps (100m), 10 Gbps (55m 이내) | 100m | 250 MHz | 크로스토크 감소 |
| Cat6a | 10 Gbps | 100m | 500 MHz | 10G 전체 거리 지원 |
| Cat7 | 10 Gbps | 100m | 600 MHz | 쉴딩 있음, 커넥터 비표준 |
| Cat8 | 25~40 Gbps | 30m | 2000 MHz | 데이터센터 전용 |
대부분의 가정이나 사무실 환경에서는 Cat5e나 Cat6으로 충분하다. 만약 앞으로 10G 환경을 고려하고 있다면 Cat6a가 현실적인 선택이다. 100m 전 구간에서 10 Gbps를 지원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다.
Cat7과 Cat8은 쉴딩(Shielding)이 들어가서 외부 노이즈에 강하지만, 무겁고 뻣뻣하고 비싸다. Cat7은 커넥터가 RJ-45 표준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Cat6a로 충분하다.
flowchart LR
PC["PC\n(NIC)"] -->|전기 신호| Cable["UTP 케이블\nCat5e~Cat8"]
Cable --> Switch["스위치\n(Layer 2)"]
Switch --> Server["서버\n(NIC)"]
케이블 안에는 4쌍, 8가닥의 선이 꼬여 있다. 꼬아놓는 이유는 크로스토크(Crosstalk) 때문이다. 인접한 선끼리 전자기 간섭이 생기는데, 일정 간격으로 꼬으면 그 간섭이 서로 상쇄된다. 단순해 보이는 설계지만 수십 년째 유효하다.
정리하자면
이더넷은 하나의 규격이 아니라 30년 넘게 계속 발전해온 표준 체계다. 10 Mbps에서 100G까지 이름은 같고 속도는 천 배 넘게 올라갔다.
NIC는 그 이더넷 신호를 주고받는 하드웨어이고, MAC 주소라는 고유 식별자로 네트워크 안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케이블은 그 신호가 달리는 물리적인 통로다. 어떤 케이블을 쓰느냐에 따라 얼마나 멀리, 얼마나 빠르게 보낼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비로소 물리적 연결이 완성된다. 랜선 하나 꽂는 행위가 이걸 전부 한 번에 시작시킨다.
다음에는 이 연결된 기기들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신호를 어떻게 나누는지, 허브와 스위치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 이어서 살펴보겠다.
참고
관련 글
- 허브는 왜 사라졌을까 — 허브와 스위치 → — 같은 케이블 위에서 충돌·MAC 테이블·스위칭 이야기
- Ethernet
- NIC
- MAC
- 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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