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 — 인터넷 접속을 파는 사람들
ISP(Internet Service Provider)의 계층 구조와 트랜짓·피어링의 차이를 통해 인터넷이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한다.
Seobway · · 8분
인터넷을 파는 사람들
"인터넷에 연결한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쓰지만, 실제로 그 연결을 제공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KT, SKT, LG U+에 돈을 내고 인터넷을 쓴다. 이 회사들이 바로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즉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다.[1]
그런데 KT가 전 세계 서버에 직접 연결선을 깔아 둔 걸까? 당연히 아니다. 인터넷은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는 단일 망이 아니라, 수천 개의 ISP가 서로 계약을 맺고 트래픽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진 분산된 네트워크의 집합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인터넷의 본질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
ISP의 세 계층
ISP는 규모와 역할에 따라 크게 세 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
%% desc: Tier 1 ISP에서 가정/기업 사용자까지 이어지는 인터넷 계층 구조.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에 Transit을 제공한다.
flowchart TD
T1A["Tier 1 ISP\n(AT&T, NTT, Lumen)"]
T1B["Tier 1 ISP\n(Deutsche Telekom)"]
T1A <-->|"피어링(무료 교환)"| T1B
T2A["Tier 2 ISP\n(KT, SKT, LG U+)"]
T2B["Tier 2 ISP\n(해외 리전 ISP)"]
T1A -->|"트랜짓 제공"| T2A
T1B -->|"트랜짓 제공"| T2B
T3A["Tier 3 ISP\n(지역 케이블 사업자)"]
T3B["Tier 3 ISP\n(소규모 지역망)"]
T2A -->|"트랜짓 제공"| T3A
T2B -->|"트랜짓 제공"| T3B
HOME["가정·기업 사용자"]
T3A --> HOME
T3B --> HOME
Tier 1 ISP
Tier 1은 전 세계 인터넷 백본(backbone)을 구성하는 최상위 사업자다. AT&T, NTT, Lumen(구 CenturyLink), Deutsche Telekom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2]
이들의 특징은 다른 ISP에게 트랜짓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 세계 모든 Tier 1 ISP는 서로 피어링(Peering) 계약을 맺고 무료로 트래픽을 교환한다. 전 세계 어디로든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직접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Tier 2 ISP
Tier 1과 Tier 3의 중간 계층이다. 한국의 KT, SKT, LG U+가 여기에 해당한다. Tier 2 ISP는 일부 구간은 직접 연결(피어링)로 처리하고, 닿지 않는 구간은 Tier 1에게 트랜짓(Transit) 비용을 지불해 경로를 확보한다.
즉, KT가 미국 AWS 서버와 통신할 때는 KT → Tier 1 ISP → AWS 리전 네트워크 경로를 따라가게 된다.
Tier 3 ISP
가정과 기업에 직접 인터넷을 연결하는 마지막 단계다. 지역 케이블 사업자, 소규모 인터넷 사업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Tier 2 ISP에게 비용을 내고 상위 인터넷에 접근한다.
트랜짓(Transit) vs 피어링(Peering)
ISP 간 트래픽 교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구분 | 트랜짓 (Transit) | 피어링 (Peering) |
|---|---|---|
| 방향 | 상위 ISP → 하위 ISP | 동등한 ISP 간 |
| 비용 | 하위 ISP가 상위에 지불 | 무료 (혹은 협상) |
| 범위 | 전체 인터넷 경로 제공 | 상호 트래픽만 교환 |
| 예시 | KT가 AT&T에게 비용 지불 | KT와 SKT 직접 연결 |
트랜짓은 "당신이 가진 모든 경로를 나에게 팔아라"는 계약이다. 돈을 내고 상위 ISP의 경로를 통째로 빌리는 것이다.
피어링은 "우리 둘 사이 트래픽은 서로 무료로 교환하자"는 계약이다. 양쪽 트래픽 규모가 비슷할 때 성립하며, 주로 IXP(인터넷 교환 포인트)에서 이루어진다.
BGP — 경로를 결정하는 언어
ISP 간에 경로 정보를 주고받는 프로토콜이 BGP(Border Gateway Protocol)이다.[3] 각 ISP는 하나의 AS(Autonomous System, 자율 시스템)로 식별되며, BGP를 통해 "나는 이 IP 대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이웃 ISP에게 광고한다.
BGP는 인터넷의 GPS라고 할 수 있다. 단, 가장 빠른 경로가 아니라 가장 비용이 적은 경로 혹은 정책상 선호되는 경로를 선택한다는 점이 일반 라우팅과 다르다. 이 때문에 BGP 설정 실수 하나가 전 세계 트래픽 경로를 바꿔버리는 사고(BGP Hijacking, BGP Leak)로 이어지기도 한다.
핵심 인사이트
인터넷은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수천 개의 ISP가 트랜짓과 피어링 계약으로 얽혀서 만들어진 네트워크다. 우리가 내는 인터넷 요금의 일부는 이 계층 구조를 타고 올라가 결국 전 세계 백본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흘러들어간다.
인터넷의 "연결성"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수천 개의 사업자 간 비즈니스 계약으로 유지된다. ISP가 파산하거나 계약이 끊기면 실제로 인터넷 경로가 사라지기도 한다.
참고
- Internet Service Provider, Wikipedia ↩
- Tier 1 network, Wikipedia ↩
- Border Gateway Protocol, Wikipedia ↩
관련 글
- IXP — ISP들이 만나는 물리적 교차로 → — 피어링이 실제로 일어나는 물리적 공간
- CDN — 콘텐츠를 가장 빠른 경로로 전달하는 방법 → — ISP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는 콘텐츠 배포 전략
- 회선 교환 vs 패킷 교환 → — 인터넷이 선택한 데이터 전달 방식
- Network
- ISP
- Tier1
- Tier2
- Transit
- Peering
- BGP